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를 보며 여야 모두 아쉬운 점.
우선 오세훈 후보는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바탕으로 자신과 국민의 힘이 선거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데 대해 감격만 할 게 아니라, 냉정한 자기 반성 위에서 미래를 이야기했으면.
가령 '저희가 잘해서 여러분이 지지해주시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날 저희는 허물도 부족한 점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직 지지하시기 찜찜하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정부 여당보다 낫다는 데에서 만족할 게 아니라, 여러분이 믿고 표를 던지실 수 있도록 정말 달라진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같은 연설을 했다면 아직도 망설이는 중도층과 부동층에게 호소력이 있지 않았을까?
박영선 후보는 본인의 잘못보다는 당과 정부에 대한 냉혹한 평가(그리고 캠프의 X맨들?)로 인해 열세에 놓인 듯 보이지만 선거전략의 부재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19~24세를 대상으로 교통비를 할인해주거나 통신 데이터를 지급해 준다는 부분. 아마 대학생 또는 그 동년배들을 염두에 두고 그런 것 같지만, 기실 그 나이대의 남성들 절반은 군복무 중이고 남녀 불문 상당수가 재수생이거나 공무원시험 준비생이라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 특히 젊은 남성들이 느끼기에는 젠더감수성(!)이 떨어지는 공약으로 느껴질 수도.
또한 여성 부시장을 임명하겠다는 공약 역시, 시장이 여성인데 부시장마저? 라는 생각과 함께(서울에는 3명의 부시장이 있지만 시장이 임명할 수 있는 건 실질적으로 정무부시장 1명 뿐이다) 여성 부시장으로 피해호소인 3인방이나 윤미향 같은 분들을 임명한다면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게 크게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박원순 시장 시절 비슷한 취지로 임명했던 '젠더특보'가 박 시장의 성추행 피소와 관련 사태 해결을 돕지 못하고 되려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데 기여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오세훈 후보를 둘러싼 소위 생태탕 논쟁 역시 마찬가지인데 문제가 되는 2005년 6월 당시 오 후보는 국회의원도 서울시장도 아닌 변호사 신분이었다. 그가 백바지에 페라가모를 걸치고 측량 현장에 나갔다고 해도 그 자체만으로는 도덕성에 큰 흠결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 그러다 보니 자꾸 본질은 거짓말이라느니, 생태탕을 먹었다느니 같은 것들이 쟁점이 되는데, 인증샷 같은 스모킹건이 없다면 사실 관계를 밝혀내기도 어렵겠지만 어렵사리 밝힌다 쳐도 16년 전 측량현장에 있었다는게 현재 정부여당의 행태보다 더 나쁘다고 와닿지도 않는 것이다.
좀 다른 얘기지만, 박주민 의원의 임대료 인상과 관련한 문제도 마찬가지인데, 사람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보증금을 낮추네 임대료를 올리네 하는 것보다, '거지갑'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해왔던 그가 사실은 실거주 이외 다른 집을 소유하고 임대수익을 올리던 '1가구 2주택자'라는 게 아니었을지. 그야 제 노력으로 산 거니까 머라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하필 박주민을 위시한 현재의 집권세력은 (자신들을 제외한) '1가구 2주택자'들을 극악무도한 대역죄인 비슷하게 취급했기 때문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선거란 함께 과거를 평가하며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보는 것. 과거를 심판하는데 몰빵하는것도 슬픈 일이지만 적절한 반성 없이 미래만 생각한다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낙제 수준이고, 국민의힘도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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