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6일은 무상급식 찬반투표에 직을 걸었던 오세훈의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었던 날이다. 다들 알다시피 야권단일후보가 된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꺾고 시장에 당선되었다.
그로부터 이번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오늘 2018년 6월 13일까지, 서울시장은 계속 박원순이다. 한성판윤을 포함해 최장수 서울시장이라는 그는 현재까지 6년 8개월(2423일)간 시장으로 재임한 셈이며 3선에 성공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4년간의 임기를 더 보장받게 된다.
그러나 바람잘 날이 없는 대한민국의 정치, 서울시장만 빼고 모든 것이 다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사실 강원, 충북, 경북 지사도 바뀌지 않았다)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Before & After만 살펴 보자면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7년간 국내 소식을 접하지 못한 사람에게 이야기한다면 뻥치지 말라고 화를 내도 모자를 것이다.
1. 당시 대통령 이명박과 차기 대통령이 된 박근혜는 모두 감옥에 있다.
2. 노무현 재단 이사장으로 정계에 입문하지도 않았던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었다.
3. 한나라당 대표는 여전히(?) 홍준표이다. 다만 당 이름이 새누리당을 거쳐 자유한국당으로 바뀌었다(이하 편의상 한나라당이라고 쓴다).
4. 박원순을 지지했던 안철수는 서울시장에 출마해, 민주당에 입당한 박원순과 자웅을 겨루며 한나라당과의 단일화 및 합당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5. 민주당 대표이던 손학규는 민주당을 떠나 안철수와 같은 당에 있다.
6. 친박계의 대리인으로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하던 유승민은 한나라당을 떠나 안철수와 같은 당에 있다.
7. 경기지사를 하던 김문수가 서울시장에 나와 안철수와 단일화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
8. 한나라당 최고위원 남경필이 경기지사가 되어 재선에 도전 중이다.
9. 충남지사를 하던 안희정은 성폭행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10. 경남지사를 하던 김두관은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런데 지역구가 경기도 김포시이다.
11. 전년도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했던 한나라당 최고위원 원희룡은 마침내 광역단체장의 꿈을 이룬 뒤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 서울이 아니고 제주도에서 무소속으로.
12.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했던 천정배는 국회의원으로 돌아갔다. 서울이나 원래 지역구였던 안산이 아니라 광주에서 말이다.
13. 이인제가 한나라당 후보로 충남지사에 도전하고 있다.
14. 전년도에 경남지사에서 퇴임한 김태호가 다시 경남지사에 도전하고 있다.
15. 나꼼수를 진행하던 김어준과 주진우는 지상파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MC가 되었다. 정봉주는 감옥에 갔다 온 이후 끝내 정치를 할 수 없게 되었지만, BBK 폭로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성추행 의혹 때문이다.
16. 김정일은 죽었다. 하지만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여전히 김정은이다. 6년동안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와 한미관계는 지난 반년 사이에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판타스틱하지 않은가? 앞으로 2423일 뒤면 2025년 1월 29일인데,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한 번씩의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두 번의 국회의원 총선거를 더 치르고 난 그 때의 모습은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궁금하고 신기하다. (사실은 몇 시간뒤에 나올 선거결과도 알지 못해 궁금해 하는 중이다.)
세상은 분명히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 시간 속에서 나의 좌표는 어디쯤에 있으며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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