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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거기서 왜 나와?

침묵하는 story teller 2019. 10. 31. 12:00

검찰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타다 이재웅 대표를 기소했다는 소식에, 나도 모르게 '헐!' 소리가 튀어 나왔다.

타다 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은 없지만, 저간의 논의를 모르지는 않는다. 공유경제의 순기능과 함께, 기존 택시 관계자들의 우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면 파이를 빼앗기게 되는 기존 업체들은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지만, 그들의 우려가 순전히 밥그릇 지키기를 위해서만 나온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마땅히 정치권을 포함한 시민사회에서 적절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통해 장점은 살리고 문제점은 보완하며 경쟁 업계에서도 수긍할만한 제도를 만들어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짜고짜 형사기소라니. 그야말로 아닌 밤 중에 홍두깨 격이랄까. 오늘날 우리가 검찰 공화국이 된 게 이런 부분 때문이다. 세상 모든 일을 검찰이 해결하고 사법부가 판단하는 소위 사법만능주의. 급변하는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는 낡은 법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재단하려고 하니 무리수가 속출하지만, 훗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결국 혁신은 좌절되고 사람들은 현실에 안주하며, 어떻게 하면 검찰, 법원에 줄을 댈 수 있을지만 고민하게 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또한 어느 틈에 지나치게 검찰 의존적이 되어 버린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사회적인 갈등을 법적으로 그것도 형사적으로만 해결하려고 든다. 가령 어떤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규제하기 위한 입법을 하는데 그 수단은 거의 대부분 형사처벌이다. 질서벌(과태료 등)이나 행정처분(영업정지 등), 민사상의 손해배상 등으로 해결할만한 사안들도 무조건 형사처벌 조항을 만든다. 정치적 사건마저도 고소 고발을 통해 굳이 검찰의 손을 빌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물론 가장 강력한 방식이다.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 상대방을 아예 보내버릴 수 있으니...아니 유죄 판결 이전에 기소나 검찰조사, 압수수색만으로도 그 바닥에서 매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칼자루를 쥔 검찰의 힘이 막강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권력의 낭비인 건 둘째치고, 애매한 법 때문에 징역을 살고 직장을 잃고 자격이 정지됨에 따라 생기는, 아니 무죄가 나더라도 수사와 재판에 불려다니며 치른 시간과 비용은 어쩌란 말인가.

기소편의주의에 따라 검사는 범죄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기소권을 행사하지 않고 불문에 부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이에 대해서는 별건수사로 조져버리거나, 계좌추적 통화내역조회 등을 통해 주변 사람들까지 괴롭힐 수 있다. 형사법이 하도 촘촘하게 되어 있어서,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이 있을 수 없다. 숨쉬는건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이고 밥먹는건 식품위생법 위반일지도 모른다. 검찰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그리하여 법알못인 우리 모두는 잠재적인 죄인으로서, 검찰에 밉보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검찰이 우리 같은 쪼렙들에게 관대한 처분을 내린다는 보장은 없다. 당신이 가진 현실적인 힘과 사건에 관한 여론을 감안하여,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할지를 따져보고 결정할 것이다(검찰에선 이를 법과 원칙에 따른 판단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검찰의 독립성' 등을 내세워 이렇다할 통제조차 받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스폰서와 전관예우 등 부패한 요소에 물들지 않는 게 이상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당연히 범죄라고 생각할만한 행위들(소위 '자연법'상의 범죄) 그리고 규제할 필요성은 있으나 형사처벌 말고 다른 수단이 없는 행위를 제외한 나머지 형사 처벌 조항들을 과감히 없애 비범죄화해야 한다.

아울러 사회 변화에 따라 기존의 법으로 규율할 수 없는 영역들에 대해 적절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관련 입법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검찰도 권한 행사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검찰이 앞으로도 법의 잣대로 규율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시도 때도 없이 끼여들어 법적 판단을 내리고 단죄하려 든다면 단호하게 옐로카드를 날려주자.

'형이 거기서 왜 나와?'